[신나리 기자]▲ 지난 2023년 데뷔 30주년을 맞아 4000석이 넘는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한 '소라에게' 공연.ⓒ 에르타알레엔터테인먼트 "어머, 우리 소라 언니 오늘 기분 좋은가 보다." 3월 29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 홀에서 열린 이소라 단독 콘서트 '봄밤 핌'에서 가수 이소라가 전하는 첫인사를 듣자마자 친구와 속삭였다.관객이 가수의 컨디션이 좋다고 들뜨는 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소라의 공연이라면 그럴 수 있다. 가사의 단어 하나하나를 발음하는 데 예민하기로 유명한 그녀다. 음향이나 조명의 밝기가 성에 차지 않으면, 공연 중에 꼭 짚고 넘어간다.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자리에는 건조함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가습기가 틀어져 있다. 공연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세심함을 알기에 이소라의 오랜 팬으로서 그녀의 컨디션이 제일 중요했다.2009년 5월 8일 그녀는 스스로 공연에 만족하지 못하겠다며, 공연을 끝낸 뒤 관객 전원에게 입장료를 돌려줬다. 당시 대다수의 관객은 "만족한다. 괜찮다"고 반응했지만, "이런 노래를 관객들에게 들려드리는 건 미안한 일"이라며 이 같은 조치를 했다. 음악과 음향, 자신이 전달하는 노래에 예민하기로 손꼽히는 이소라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스로를 혹사할지언정 '완벽'의 수준으로 자신을 몰아치며 작품을 선보이는 이들을 우리는 예술가라 부른다. 이소라는 그런 예술가다.대체된 적 없는이소라는 1993년 낯선 사람들 1집으로 데뷔한 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자기만의 감성을 표현해 왔다. 고집스러운 장인처럼 자기의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유명한데, 제2의 이소라라는 말이 없을 정도로 그는 누구로 대체되거나 누구도 그를 대체한 적 없다.그녀의 공연을 언제 처음 갔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언제 어디서든 이소라의 공연이라면 예매부터 했다. 지금은 드문 일이 됐지만 한때 이소라는 단독 콘서트가 아니어도 각종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로 참여했다. 그럴 땐, 어떤 페스티벌이든 가리지 않고 그녀가 무대에 선다는 이유 하나로 공연장을 찾았다. 집에서 나오기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소라가 집 밖을 나선다니 마냥 반가웠기 때문이다.단독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등반하는 아이. 봄볕이 따사로운 3월 넷째 주 토요일, 우리는 구슬땀을 흘리며 폭신한 흙길과 조릿대가 우거진 산길을 올랐다. “아빠, 칠성대까지는 얼마나 남았어?” 아들 서진이가 한 질문에 나는 손목에 찬 스포츠 시계를 확인했다. “1.4㎞ 왔으니깐, 앞으로 1㎞만 더 가면 될 것 같아. 날이 덥지? 재킷은 벗고 갈까?” 이번 백패킹의 목적지는 전북 진안군과 완주군에 걸쳐 우뚝 선 운장산이다. 55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피암목재(570m)를 출발한 우리는 운장산의 서봉인 칠성대(1120m)를 지나 중봉인 운장대(1126m)까지 오를 계획이었다. 칠성대로 향하는 길은 다채로웠다. 바르게 닦인 흙길 너머로 뾰족한 바윗길이 우리를 맞이했다. 활목재(880m)를 지나자 서늘한 바람이 엄습했다. 민소매 차림으로 산을 오르던 우리는 배낭에 넣었던 바람막이 재킷을 다시 꺼냈다. 아이와 등반할 때는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 “아빠! 여기는 아직 겨울인데?” 서봉 정상부를 200m 남겨둔 지점이었다. 낮 기온이 22도인 온화한 봄날이었지만, 고지대의 등산로는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눈길은 제법 미끄러웠다. 가파른 경사를 오르며 아이젠을 챙겨오지 않은 나를 자책했다. “서진아, 아빠가 먼저 미끄럽지 않은 곳을 찾아서 밟고 오를 테니, 내 발자국을 쫓아와!” 긴 로프로 연결된 안전 난간과 등산 스틱에 의지해서 한걸음 또 한걸음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능선에 올라서자, 진안고원으로부터 불어오는 흔들바람이 뺨을 스쳤다. 칠성대 일출을 보고 있는 아이. “안녕하세요? 다시 만났네요!” 올라오기 전 주차장에서 만났던 두 청년 박상수(36)씨와 박기환(34)씨가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오늘 같은 날씨에 눈을 밟게 될 줄은 몰랐네요!” 산이라는 공감대를 나누다 보니, 초면인데도 어색함은 사라졌다. 그때였다. ‘투두두두’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물탱크를 매단 헬기 한대가 하늘 위를 지나갔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