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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블로그글쓰기 [박영호 기자]찰나였다. 눈 앞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톱날이 손가락을 파고들었다. 겨우 매달려 흔들리는 손가락을 부여잡고 응급실로 다시 수술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옮겼다. 옮기는 동안엔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의료대란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다행스럽게도, 가까운 곳에 수지 접합 전문병원이 있었다. 곧바로 수술받아서 손가락을 잃지는 않았다. 아직 뼈를 고정한 핀이 박혀 있어 독수리 타법으로 겨우 글을 쓴다. 지난 3주 남짓 병원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집에서 취미 생활하다가 다친 이는 나뿐인 듯했다. 병실을 채운 사람은 대부분은 일하다가 다친 이들이었다. 기사에서나 보던, 산업재해를 당한 이들이 병원에는 정말 많았다. 동남아에서 온 듯한 젊은이도 보였다.손가락 하나가 아니라, 아예 손을 절단한 젊은이도 있었다. 동병상련이란 감정이 아마도 이런 건가 싶었다. 나는 이제 다시 목공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생계를 위해선 다시 같은 일을 해야 하는 이도 있다. 건너편 병상에 있던 이는 이미 오른손에 마디가 없는 손가락이 있는데도 다시 왼쪽 손가락을 둘이나 잃었다.수술을 받고 나니 몸도 마음도 아프고 어지러워 멍하니 시간만 보냈다. 열흘쯤 지나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기로 했다. 아내가 한강의 소설책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스인 조르바>를 병원에 가져왔다. 노벨상 수상작을 원어로 읽는 호사를 누리려고 한강 작가의 책을 부탁했다.다 안다고 생각했던 4.3이었지만 그 중 <작별하지 않는다>를 단숨에 읽었다. 처음엔 나처럼 목공을 하다가 손가락을 다친 '인선'이 소설 속에 나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차츰 누군가 다큐멘터리 속 성우처럼 차분하게 읽어주는 말을 듣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구절이 많았다. ▲ 작별하지 않는다책표지ⓒ 문학동네 나는 나름대로 제주 4.3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저 먼 옛날 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것이다. 비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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